국향선菊香腺

석류, 새로운 세계의 좌표

청향고은 2021. 1. 21. 05:07

새로운 도전 
 
순설후음을 통하여 모음의 세계를 탐색하던 것에서 그 위에 아치(牙齒)를 거점으로 하는 발성을 도전한다.
순설은 모음을 이루는 음소를 수련하는 방법이라면 아치는 자음을 이루는 자소를 분명하게 발성하는 기초훈련이겠다
 
물론 그간 숨골(케테르)를 열고 아인계로 드나드는 훈련을 말쿠트계를 뚫어가면서 반작용으로 같이 한 것이지만
중점적으로 얼굴중심의 7규를 열어내는 작용을 통하여 반작용을 검증하는 것 
작용에 대한 반작용, 말쿠트를 뚫어가면서  알게 된 정보 이제 케테르를 열어가면서 알게 되는 정보를 서로 비교해보는 것 즉 토러스장을 비교해보고 분석하고 정리를 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남자의 과일이 애플apple이라면 여자의 과일이 석류pomegranate이구나 알게 되면서 여자의 사과인 석류를 어떻게 접속하여 정보를 풀어낼 것인가 
 
제사장의 옷에 새김된 방울(남자의 사과, 정자)와 석류(여자의 사과, 난자)라는 가설을 세우게 되는 것은 당연하겠지. 땅에 있는 것으로 하늘을 그라마톤하고 그라마우어한 것이라면 그래서 위에서와 같이 아래에서도..라는 헤르메스원리
주기도문의 원리가 성립되는 것인데 하늘방울은 그 울림을 결로 하여 그라마톤을  만들어 정자의 밭(테트라그라마톤, 田)을 삼고, 땅석류는 껍질과 막으로 알알을 감싸고 있는 모습으로 뮤직그라마우어를 만들어 난자의 알典을 삼는 것이라고
典이 법과 법규를 기록한 책인데 죽간을 본뜬 冊(책 책) 자와 받침대를 본뜬 丌 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회의자이다.  
 
갑골문 상에서는 원래 죽간을 두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었으나, 금문으로 와서 두 손이 一+八(받침대)의 형태로 바뀌었다. 이 형태는 전서까지 이어지다가, 예서에서 위쪽의 冊이 뭉개져 曲(굽을 곡) 자와 유사한 형태가 되었으며, 이 형태가 해서까지 이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고 한다 글은 남자의 두정에서 내려와 울리게 되는 방울이 만들어내는 파동함수가
테트라 그라마톤(文字a,b,c,d...)으로 드러난 것이고, 음은 여자의 자궁에서 올라가 올리는 석류가  만들어내는 주파수가
뮤직 그라마우어(樂典, ♭,♩,♪,♬)로 드러난 것이라고 내가 이해하게 되는 것. 하모니카의 기본 홀이 22개로 이뤄지는 것도 천간지지와 히브리어 알파벳과 연결을 시키는 수비가 되는 것이구나 
    
33마디 뼈대를 열어 소리가 다니는 筒路(통로)뚫었다면 그 길을 딛고 숨골을 드나들면서 생성할 수 있는 세도 細道를 도전해보는 것 불로봉무동으로 다니면서 오장육부를 딛고 나오는 힘찬소리, 진성보다 얼굴 칠규를 통하여 나오는 가성을 훈련하는 것 전신호흡을 하는지 아닌지는 33마디를 열어야 하고 두정호흡을 하는지 아닌지는 얼굴의 칠규를 어떻게 뚫어 공명하는가를 해 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숨이 오장육부를 밭으로 하고 그 밭에 소리씨를 심어 기루어내는 소리가 두정을 열어서 드나드는 생명나무가 되도록 하는 과정  
 
人에 一을 걸어서 大를 만들고 그 다음 머리 一를 열어 夫로 올라가는 과정 功夫   
 
발성을 설명하는 분의 강의를 보니까 일단 조식을 해야하고 호흡이 복식이 되도록 하고 나서 숨의 길이를 기루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자세를 보면 내가 소리뚫기를 하면서 가르치는 동작과 비슷하더라 숨줄을 길게 하는 것은 숨으로서만이 아니라 몸자세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숨을 들이쉬고 소리로 내 쉬면서 몸을 짜다보면 소리통이 열린다 흉식으로 올라온 숨길을 복식숨으로 다시 내리고 그 다음 단전숨으로 내리는 과정에는 막힌 기운들이 있으면 뚫어야 하고 숨으로서는 뚫지 못하기때문에 단전으로 내려가는 길은 소리로 뚫는다 숨은 플라즈마로 팽창하는 힘이되지만 소리는 마그네틱으로 수축하는 힘이 된다 팽창과 수축을 반복함으로 소리길이 뚫린다. 
 
왜 석류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과정 석류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만난 글을 옮겨왔다 
 
[박해현의 문학산책] 석류는 시인의 머리를 닮았을까, 가슴을 닮았을까
석류가 영글어 터지는 계절 성숙이고 파열이고 분출이며 시큼한 슬픔이거나 환희인 열매 알갱이 하나하나에 생각 쏟아져…붉은색은 우리 자랑거리인 푸른 가을 하늘과 잘 어울려 
 
한여름 내내 뙤약볕에 시달리던 석류(石榴)가 여물어 붉은빛으로 터지는 계절이 왔다. 솔직히 석류 맛이 뭔지 잘 모른다. 지금껏 한두 번 먹어봤을까. 그래도 이 계절이 오면 괜히 생각나는 과일이다. 봄에 머리에 쓰고 싶은 화관(花冠)처럼 가을엔 이마를 간지럽히는 허영(虛榮)이라고나 할까. 석류를 칼로 싹둑 잘라 먹기보다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싶을 뿐이다. 석류 한 알은 과일이라기보다는 여러 개의 밀실을 내부에 지닌 종자(種子)들의 집이기도 하다. 그 단단한 덩치를 깨물기도 전에 붉은 속내를 떠올리기만 해도 꿀꺽 침을 삼키게 된다. 
 
이 계절에 읽을 시 한 편을 꼽는다면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가 1920년에 발표한 '석류'를 빼놓을 수 없다. '알맹이들의 과잉에 못 이겨/ 방긋 벌어진 석류들아,/ 숱한 발견으로 파열한/ 지상(至上)의 이마를 보는 듯하다!'라며 시작하는 작품이다. 우리말로 여러 차례 옮겨졌지만, 평론가 김현의 번역 시집 '해변의 묘지'를 통해 읽은 이들이 많다. 이 시의 도입부는 익을 대로 익어서 터진 석류를 시각적으로 묘사했다. 곧이어 둥그스름한 석류는 심사숙고 끝에 얻은 깨달음으로 인해 절로 이마를 치게 되는 시인을 떠올리게 한다. '지상(至上)의 이마'(des fronts souverains)는 지존(至尊)의 경지에 이른 지성(知性)이 담긴 두뇌를 가리킨다. 발레리는 언어의 건축가였다. 그는 감정의 절제와 이성의 통제를 통해 마치 집을 짓듯 시어를 차곡차곡 쌓으며 시를 지었기에 지적(知的)으로 섬세한 시인으로 꼽혔다. 
 
최근엔 성귀수 시인이 발레리의 대표시를 옮겨 시집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야겠다!'를 내면서 '석류'를 새롭게 번역했다. '알갱이들의 과잉에 못이겨/반쯤 벌어진 단단한 석류들아,/ 마치 자신의 발견들로 터져 나간/ 당당한 이마들을 보는 듯하여라'라고 도입부를 옮겼다. 그는 내부의 힘에 겨워 터진 단단한 석류를 '당당한 이마'라고 위풍당당하게 옮겼다. 
 
김현의 번역으로 이 시를 이어서 읽어보면 이렇다. '너희들이 감내해 온 나날의 태양이,/ 오 반쯤 입 벌린 석류들아,/ 오만(傲慢)으로 시달림 받는 너희들로 하여금/ 홍옥(紅玉)의 칸막이를 찢게 했을지라도,// 비록 말라빠진 황금의 껍질이/ 어떤 힘의 요구에 따라/ 즙(汁)든 붉은 보석들로 터진다 해도,// 이 빛나는 파열은/ 내 옛날의 영혼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밀스런 구조를 꿈에 보게 한다.' '이 빛나는 파열'로 시작한 마지막 3행은 원문의 산문적 서술 구조를 기막히게 한글로 고스란히 반영한 번역이다. 시를 언어의 건축술에 비유한 발레리의 생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석류는 가혹한 햇빛을 오만하게 견디면서 스스로 껍질을 찢어 붉은 내부를 터뜨린다. 시인은 오만할 정도로 자긍심이 강한 영혼을 궁굴려서 시를 빚어낸다. 석류를 정물화처럼 세밀하게 묘사한 이 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창작의 신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성귀수 시인의 번역은 마지막 3행시에서 남다르다. '그 찬란한 파열은/ 꿈꾸게 한다, 내 지난 영혼의/ 은밀한 건축술을'이라며 원문의 구조를 살리면서 운문(韻文)의 맛을 가미했다. 원문에 없는 '쉼표'(꿈꾸게 한다, 내 지난 영혼의)까지 창안해 시 읽기의 말맛을 살리려 애썼다. 
 
발레리의 석류가 사람의 머리를 떠올리게 한다면, 숱한 한국 시인들의 석류는 가슴을 가리킨다. 이가림 시인은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빈 가슴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중략)/ 내가 깨뜨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주소서'라며 가슴에 맺힌 그리움을 토로했다. 박라연 시인은 '오 열어젖힌/ 석류의 말 못 할/ 알알이 알알이'처럼 연속된 'ㄹ' 받침의 음악성을 살리며 가슴속 슬픔을 노래했다. 발레리의 석류가 내적 성숙을 거쳐 튀어나온 언어를 노래했다면, 한국 시인들은 억눌렸던 감정의 분출을 참지 못해 서러워한다. 그 설움을 해소하느라 석류를 관능적으로 노래한 시인들도 적지 않다. 아무튼 석류는 성숙이고 파열이고 분출이다. 시큼한 슬픔이거나 달콤한 환희다.

 

알갱이 하나하나 음미하다 보면 저마다 맛이 달라서 이러저러한 생각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시인 정지용은 겨울 밤 화롯가에 앉아 익을 대로 익은 석류 알갱이를 하나씩 씹었나 보다. '한 겨울 지난 석류 열매를 쪼개어/ 홍보석 같은 알을 한알 두알 맛 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처럼 어린 녀릿 녀릿한 느낌이여'라고 노래했다. 
 
서정주는 석류가 열린 것을 보곤 '어쩌자 가을 되어 문은 삐걱 여시나?'라고 읊었다. 그는 다른 시에선 '석류꽃은 영원으로 시집 가는 꽃'이라고도 했다. 붉디붉은 석류는 우리 산하의 자랑거리인 푸르디푸른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린다. 올가을엔 석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 석류가 터지면서 가을이 익어간다. [박해현의 문학산책] 


 
철심장도 녹이는 꽃 석류 
 
석류는 원산지가 이란 북부, 인도 북서부, 아프가니스탄, 히말라야, 발칸 지방으로, 구약성서에 그 이름이 30회나 기록될 만큼 오래전부터 재배, 이용된 역사를 지닌 수종이다. 이러한 석류가 동아시아에 들어온 것은 기원전 2세기 한나라 무제 때 장건(張騫)이 서역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올 때 안석국(安石國)에서 호도·포도 등과 함께 들여왔다고 전하고 있다. 이때 석류 열매가 큰 혹처럼 생겨 안석국에서 가져온 큰 혹 같은 열매라는 의미로 안석류(安石榴)라고 불리게 되었다. 
 
강희안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격물총화(格物叢話)』를 인용하여 "석류화는 안석국에서 왔기 때문에 안석류라고 부른다. 또한, 물건너 신라국에서 온 것이 있어서 ’해류(海榴)’라고 부른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석류의 별칭으로는 단약(丹若)·약류(若榴) 등을 이야기하고 백엽(百葉)·백양(栢樣)·주석류(柱石榴)·수석류(藪石榴)·백양류(栢樣榴) 등의 품종을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정확한 시기는 파악하기가 어렵지만 신라시대 때 석류가 이미 재배되었고, 그중 일부 품종은 중국에서 해류라고 불린 것으로 보았을 때 재배의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중국 진(晉)나라 때 석류는 "천하의 기이한 나무, 구주(九州)의 이름난 과일"로 널리 알려져 반니(潘尼)와 장협(張協) 등 당대 이름난 문인들이 ’안석류부(安石榴賦)’를 지어 석류를 찬양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석류는 일찍부터 문인들의 사랑을 받은 꽃이자 과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석류 양주의석 류화를
꺾어 서양 옷깃에 꽂아주니
무성해지면 마땅히 나를 생각해주고
예쁜 꽃을 남에겐 주지 마세요.
       - 무명씨, 「맹주곡(孟珠曲)」- 
 
위의 시는 남북조시대에 민간에서 유행했던 노래로, 당시 민간에서도 석류를 노래하였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五月榴花照眼明 오월 석류꽃 눈이 부시게 비추는데
枝間 時見子 初成 가지 사이에서 때때로 열매 맺힌 것을 보네.
可憐此地無車馬 가련하다 이곳엔 오는 수레와 말도 없는데
顚倒靑苔落絳英 푸른 이끼 위에 엎어진 채 붉은 꽃들 떨어져 있네.
-한유, 「장십일이 묵고 있는 여관의 석류꽃을 읊다(詠張十一旅舍榴花)」- 
 
당나라 한유(韓愈)의 석류 시이다. 초여름 눈 부신 햇살 아래 피는 석류꽃의 아름다움과 한편으로 비바람에 떨어진 석류의 꽃의 아쉬움을 함께 노래하고 있다. 석류는 고려 왕실에서도 특별한 꽃이었다.
이와 관련된 기록으로 『고려사절요』에는 "(의종이) 밤에 내시 이양윤(李陽允), 사관 이인영(李仁榮) 등 열세 명을 봉원전으로 불러서 종이와 붓을 주고 석류화 시를 짓도록 명하고, 초에 금을 그어서 시간을 제한하였는데, 양윤 등 일곱 명이 합격하여 술과 과실 및 비단을 하사했다."라고 했다.
조선시대에도 석류는 중요한 공물이면서 종묘 제사에 올라가는 귀한 과일이었다. 세종 때는 강화도에 석류를 재배할 것을 상림원에 건의하기도 하였으며, 연산군은 전라도와 경상도에 "맛이 단 석류를 별례방으로 밀봉하여 올려라."라고 하는 한편, 팔도에 명하여 바치게 한 궁궐에 심을 각종 화초에도 역시 석류를 포함했다. 
 
굳건히 흙에 붙어야 무성한 나뭇가지
여러 붉은 꽃의 아리따운 자태를 실컷 보네
너희 꽃 가운데 유독 안석류에 의지하여
나 같은 철심장도 오히려 미간을 펴게 되네
        -이규보 [석류화]-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도 석류꽃을 바라보며 철심장을 가진 사람도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며 석류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삼월에 석류잎이 처음 나오고
오월에 주렁주렁 꽃이 피었네
매화는 일찍 지고 국화는 너무 늦으니
어찌 아름다운 꽃이 중재함만 같겠는가.
남산의 주인이 가장 먼저 사랑하여
여러 나무를 마당에 옮겨 심으니
철쭉은 안색을 잃고 해당화는 근심하고
화왕은 자리를 피해 요대를 내려가네.
본래 절색으로 마땅히 나라를 기울이리니
시인이 보고서 금 술잔을 찾네
우습구나 해어화는 늙지 않았는데
천자는 호마가 몰려오는 것을 놀라며 듣네
-이육 [석류]- 
 
성종 때 대사헌을 지낸 이육의 시에서는 매화는 너무 일찍 져버리고 국화는 너무 늦게 피는데 그 중간에 아름답게 핀 석류꽃을 노래하고 있다. 그는 석류꽃 앞에서는 철쭉, 해당화, 모란들도 그 아름다움을 당해낼 수 없다고 표현했다. 이 시에서 말하는 해어화(解語花)는 양귀비를 칭하는 것으로, 여기 양귀비가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양귀비는 석류꽃을 아주 좋아하여 석류꽃 색상의 치마를 즐겨 입었다고 한다. 황제 또한, 화청지(華淸池) 곳곳에 석류를 심었다. 당시 황제는 양귀비에게 푹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은 터라 대신들은 양귀비를 매우 미워하며 양귀비에게 예를 올리지 않았다. 어느 날 대신들과 함께 자리한 연회석에서 황제가 양귀비에게 춤을 추어 흥을 돋우라고 하자 양귀비는 대신들이 자신에게 예를 갖추지 않는데 어찌 그들에게 춤을 보일 수 있겠느냐며 반문하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황제는 크게 분노하며 모든 대신로 하여금 양귀비에게 절을 하게 하였는데, 이때 양귀비가 입은 치마가 석류꽃 색상의 치마였다. 이 일로 하여금 이 일로 인하여 "석류꽃 치마 아래 절을 올리다(拜倒在石榴裙下)"라는 말이 전해오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석류는 왕실뿐만 아니라 일반 사대부에게도 사랑받는 수종이었다. 『경도잡지(京都雜誌)』에 따르면 부잣집 정원이나 사찰 등에 석류를 심어 그 풍치를 즐겼다고 전하는데, 다산 정약용 선생도 이러한 석류를 자신의 마당에 여러 그루 심어 길렀다. 안석류 중에 잎이 비대하고 열매가 단 것을 해류(海榴)라 하며, 왜류(倭榴)라고도 하는데, 왜류는 네 그루가 있다. 줄기가 위로 곧게 뻗어 한 장(丈)쯤 되고, 곁에 가지가 없고, 위가 쟁반같이 둥글게 생긴 것은 세속에서 능장류(稜杖榴)라고 부른다. 이것이 두 그루 있다. 석류 중에 꽃만 피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을 화석류(花石榴)라고 하는데, 화석류는 한 그루 있다. 
 
- 정약용, 「죽란화목기(竹欄花木記)」- 
 
정약용의 「죽란화목기」는 그가 서울에서 벼슬살이를 할 때 기거한 한양의 명례방에 있는 자신의 집 마당에 관해 서술한 글로, 이곳에 석류만도 종류별로 모두 일곱 그루라 적었으니, 석류를 얼마나 아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석류는 그 열매 역시 쓰임이 많았다. 과일이 익으면 선반이나 찬장에 매달아 보관하거나 그 열매껍질을 이질 복통 대하증에 썼다고 전해지며 창독에 세습제로도 약효가 뛰어났다고 한다. 추석 무렵이 되면 석류 열매가 익는데 가을에 익는 밤과 함께 으뜸으로 쳤다. 열매의 껍질이 터지면 보이는 많은 씨앗이 마치 보석들이 알알이 박힌 듯한 운치를 자아내고, 연약한 가지 끝에 주렁주렁 매달린 석류 열매는 그림으로도 많이 즐겨 그려졌다. 
 
이 밖에도 석류의 붉은 꽃은 잡귀를 물리친다고 여겨졌을 뿐 아니라 꽃봉오리는 사내아기의 고추를, 열매는 남성의 음낭을 닮았으며 그 안에 보석 같은 많은 씨앗이 소복이 담겨 있어 아들을 상징하는 과일로 쳤다. 석류 그림은 병풍으로 꾸며 새댁의 안방에 치거나 다락문에 붙이기도 하였으며, 서재를 그린 서가도에서도 반드시 석류열매 두 개를 쌍으로 탐스럽게 그려 넣어 득남(得男)을 기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산과 자손번영을 비는 뜻으로 옛날부터 비녀 머리를 석류 모양으로 새긴 석류잠(石榴簪)이 유행했고 문갑이나 장롱, 도자기에도 즐겨 새겼으며 사군자 다음으로 즐겨 그려지는 그림으로서 벽장에 반드시 붙여졌다. 
 
글 오소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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