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단풍 秋燃
저길을 따라 하량하량 걸음하다 마주 오는 이 있으면
그 눈에는 녹빛이 가득하고 그 머리카락 위에는
하늘 물색 이고 있겠습니다.
낮익어 그저 반가이 인사를 건네고 싶은 이 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무심한듯 스치는 계절 나그네의 구겨진 옷깃에 작은 티끌이 따라 있어
조금 건너가면 구름 몰아 오는 바람 손짓에
잠시 걸음 멈출 곳도 있을지 모르고...
홀로가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 편에서 마주오는 이가 천년을 돌아
여기서 다시 만나고자 약속한 골깊이 숨은 그리운 이 일수도 있다고..
그런 기다림을 가득 안고 걷고 싶은 길입니다.
푸름새소리가 나무사이 가득차 오고 길 너머 자박대며
나에게로 오는 가을인연의 소리가 풍금일 듯 합니다.
혼자 걷지만 저 편에도 그대
나처럼 그렇게 생각하며 오고 있을 것입니다
가을이 오면 산 길에는 만나지 못한
아직 오지 않은 인연이 만산홍엽에 숨은 바람따라 흩어집니다.
언젠가는 만날 것입니다 가을의 약속입니다
봄이 오면 새 풀로 만나자는...
저 편에서 나를 기다리며 오는 이 있을것이기에
가을인연은 봄 풀로 풀 약속을 하며 혼자 걸어갑니다.
고적한 산길에는 그런 약속이 푸른 빛으로 가득차고
그것이 믿음 길이 되어 하늘로 손을 펼칩니다
'청향빛결, 금빛 물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 은하수에 초승달을 걸치고 앉아 (0) | 2017.12.27 |
---|---|
탄현 呑弦 (0) | 2017.10.23 |
가을 흔들기 (0) | 2017.09.15 |
어린 내 아침아 (0) | 2017.07.11 |
닷, 시간의 그물. (0) | 2017.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