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빛결, 금빛 물노리

빛이 열리는 광장에서

청향고은 2015. 5. 1. 05:35

                                     빛이 열리는 광장에서

 

           청향빛결/郭忍淑

 

심장에 닿은 고통은 팔월 아스팔트처럼 여전히 타는데

눈먼 아비 욕심은 공양미 삼백석 무게로 가을처럼 오고 있다.


팽목항 아라홍련으로 이천리를 걸어 온 꽃들

빛꽃 광화문에 닿았다

빛이 열리는 문.

 

날지 못하는 홍앵紅櫻같은 넋들

진도바다 흔들리는 물을 걸어

가로 멘 그리스도의 가슴에 어지는

비아 돌로로사의 가락을 딛고  

이순신과 세종대왕이 사뭇지키는 텃밭  

세월꽃 노랗게 가로수로 흔드린다.

 

물에 진 꽃노란 광화光化 가슴을 딛고

연꽃으로 붉게 승천하는 제단.

  

딸이 아들을 낳아 수학여행 보낼 당연한 꿈을 꾸던

아들이 딸을 낳아 봄 밤 배에서 불꽃처럼 즐거워하는

엄마의 엄마가

아빠의 아빠들이 

계절 꽃들에 희망을 심은 매심梅心 들

수인번호 20140416, 한많은 나라에서

그런 꿈을 꾼 죄를 묻어야 한 날이다.

일상의 꿈조차도 피눈물을 딛고 피는 것임을  

비로소 알게 된 날이다.

 

꿈꽃을 잃은 빈 눈 마다

염분섞인 물말라 설화처럼 눈꼬리에 맺히는데

겨울처럼 빛꽃문은 동상처럼 쓸쓸하다.

 

어린 눈물에 등돌리는 이가 세종의 후예라고

적폐로 눌려 304명을 묻은 이가 이순신의 후예라고

흐린 눈을 흘기며 얇은 입가엔 겨울바람만 불어분다.

 

 

세월흐르고 노란 물결도 희미해지지만

맺힌 멍은 나이테로 남아 등진 차가운

손사래를 기억한다. 믿지 말라는 약속이라고..

믿지 말라는 부탁을 한다.

 

세월꽃을 피우기 위하여

십자가와 함께 도달한 빛의 광장....

노하게 맺힌 물 도움하는 곳

저마다의 손 끝에서 흔들리는 노란 빛이

어둠을 밝혀 빛이 열리는 광장. 

 

봄바다는 가을로 물색을 바꾸는데.....

광화문에는

여름만큼 아픈 이들의 여린 등 뒤로

때 없이 바닷바람만 검게 분다.

북풍만 푸르게 몰아친다

 

봄은 언제 오려는지

비정의 바람만 불어

겨울 땅 어둠의 문 앞에서

 

빛무리여

대지의 손이여

아라연꽃 피워 올릴 손마다 황금물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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