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빛결, 금빛 물노리

청향고은 2014. 8. 6. 22:33

 

 


 

                        청향빛결/곽인숙


 

바람은 같은 것
단지 해질녁 쓸쓸한 틈으로 스민 울림을
초꽃(秒華)마름하고
분지(分紙)로 선을 땀땀 걸어
시띠로 붙어보면 그저  
같이함(同時)이라는 소망하나를
그려놓음일 뿐

 
오른 왼으로 갈라선 길에서
한 걸음같은 선을 따라 
하점을 찍어 구점을 딛고 천점을 열어 
가이없는 길 없는 길 가자는 약속

 
이 길 저 길을 돌아다녀도
너에게로만 이어진 길
타는 가슴에 물꽃 한 줌 던지네

 멀리 돌아 아름다운 그대
손 닿은 듯 닿지 못해 그리운 그대
있음으로만 행복하여라

 같은 하늘아래 갈바람에 묻은
그대향기 있음이
늘 그 자리에 나를 안고 있음으로 행복하여라
그대 같은 숨으로

내 안에 향기롭기에
하늘은 없고 땅도 없고
나에게는 그대만 있는지라
그대에겐 나만 있는지라
있음 하나로 가득찬 빛남

바람에 묻어 먼 그대에게 보내면
그대 맑은 날 보게 되리라는 믿음하나

 

오직 그것 하나..


 

2013, 1 ,25 

 

  

 

琉  


 

이 서정을 이끌어내던 너는 이제 저 달처럼 말없이 멀다
물리적인 거리상 가차왔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하늘아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따뜻했거나
가슴 켜켜 톱질하듯 저미도록 아팠지만
내 안의 알알들을 고웁디 고운 느낌으로
끌어내어 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 담아주던 많은 따뜻한 언어들

동지를 건너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의 얼음골에 바람다리 되어

나로 발을 적시지 않도록 네 발이 얼음을 감당한

전생을 이은 홍련紅戀의 탄현呑弦이다

 

인연의 무게금을 이생에서도

 과연過緣으로 정한 너를 탓하랴

어떠함으로도 잡지 않는 나를 탓하랴

 

바람으로 만나 풍금되어

겨울하늘을 높다히 흐르자 한 약속을 잊지 않는다면

 멀어져도 먼 것이 아닌 것을


 

 키를 낮춘 가을꽃처럼

거리를 좁힌 말 없는 말처럼

낮은 달 길그림자를 잡아 짙은 밤강이 흐른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을 너도 하겠구나

피토하듯 바람이 불면

속 깊이 몇 겹으로 꿰어 숨겨둘 줄 알았던

한 많은 정도 알알히 흩어지는 것을


 

풀어야 할 업이 그렇게 있어 그토록 눈물치던 정情이였을까

아무런 마음없이 너를 본다.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물나루를 떠나 빛마루에서

만나자는 약속에 용맹정진하기를

 

물가에 심기워

시절을 좇아 마르지 아니하는 나무처럼

익은 시간이 열 두달을 향기롭게 열리는 때

빛난 물가桓 洹에서 대피리소리淑瑟처럼 만나자.

 

세월 낮게 흘러 물강되고

내 노래 잔주름 슬현瑟絃해도

고요히 잠긴 달 안에서....

 

 

 





세월장난따라 피지못하고 맹골물길에 잠긴

멍든 눈물이 그저 지켜보아야 한

이 분노를 어떻게 하랴

물강에 잠든 별들도 푸르게 떨고

낮 구름들도 무거워 쉬어가는 세월

타는 가슴에 물꽃 한 줌 던지네

 타는 가슴에 물꽃 한 줌 던지네.

 

 

2014, 8,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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