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빛결, 금빛 물노리

철길 가 접시꽃

청향고은 2013. 5. 26. 21:17

 

 

 

철길 가 접시꽃

 

 달빛청향/ 곽인숙

 

 

이제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 앞에는 접시꽃이

기억을 담아 홀로 피오르다 홀로 툭 질거다.

 

 

시절 철 마다 다니던 울림을 묻고

사람걸음을 오가게 한다지

몇개의 다리를 촘촘 놓으면

저기와 여기 마음이 한 접시꽃되어

저리 붉게 필까

 

 

아무리 첩첩놓아도

여기와 거기 사이로

너와 나를 금 그어 경계하는 강이 흐른다

 

너가 저 곳을 눈꽃 붉게 보아도

등 뒤에 붉게 기댄 내 핌을 보지 못하니

 

너는 그 곳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고

나는 이곳으로 얼굴을 숙이고 있으니

같은 줄기에 피움을 하고서도 마주할 수 없는 것

 접시꽃의 붉은 슬픔인가

 

강물을 높이 건너 오가며 무엇을

보려는 희망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오늘도 어깨를 겸손히 낮춘

해걸음을 따라 쓸쓸한 얼굴로

강 너머를 천천히 걷는 나를 보고 있겠구나

그런 너의 눈빛같은 온화로운 해를 보면

나는 따수웁다.

서늘한 강 길에서 너의 노래를 기억하는

내가 행복하다.

 

모란동백 같이 붉은 철길 가 접시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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