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빛결, 금빛 물노리

봄섬(立春), 다음의 한파

청향고은 2015. 6. 8. 05:39

 

 

봄섬(立春), 다음의 한파

 

 

                                                   달빛청향/곽인숙

 

 

그대 꿈을 꾸었네

찬 바람 슝슘 지나가는 외길에 얇은 사 봄옷으로 내쫓겨

낮게 움츠린 몸 좁히고 하늘 무거워 고개 못 들어 하는 그대

옷 투툼 투튬 두른 이에게 이사할 돈 타령 놀부박 톱질을 당하고 있었네

 

봄빛보다 더 큰 여름같은 내가 써윽 나서며 그대편 들었더니

늦츰늦츰 마지못해 그대에게 빈 길을 내기에 마지못함도 어여쁘다 칭찬했더니

동네고을 퍼진 늙은겨울을 불러들여 길 떠날 노래춤마당을 펴네

이리 추운 것은

저리 얼음으로 눈발을 굳히는 것은

이제는 다시 보지 못해도 좋을 가난한 그리메들의 마지막 흔적일 터.

 

 

어디나 겉옷은 가난한 골목

배설도 순서를 기다리던 세월들이 지나가는 곳

주름사이로 불인한 천지의 그림자를 주어 감춘 

늙은 모정만은 접접겹겹 부요로운 너나 금그음에서는 가난한 거리들  

놀마당 흔들어 뒷춤을 보이는 등을 건너

아기 손을 잡고 한 손에는 그대보다 큰 누렁개를 잡고 

사자개같은 누렁이 펄쩍 날뜀에 봄아기가 넘어지고 그대 다리 꼬이기에

아가 손은 놓지 말고 누렁개 손 줄을 놓으라 고함 일렀는데

아이 먼저 넘어지고 그대도 넘어지고 누렁개는 내리닫이 동네놀이터로 달렸다네

 

 

아이를 세워 손을 잡고 그대도 마주보며 내리닫은 누렁 개 무엇하나 길 따라 내려보니

사람사람 놀람속 지 딴엔 펄쩍펄쩍 애교를 부리기에 누렁이 생사가 문득 걸려

손 끝으로 올라오라 끄덕였더니 올라오며 누렁색에서 흰색으로 색이 변하고

내 손에 끈이 잡혀 끌었더니 그대 곁에서 개가 가려하는데로 가야지.

힘주어 당기면 안된다기에 흰둥이 어딜가나 그럼 가 보자.

흰둥이 끄는대로 따라가니 돌아가는 길.

봄맞이 가는 길에 돌아 겨울로 가면 그것은 안되지..

강제라도 돌아가는 것은 끌어당겨야 해.

갈 길을 두고 돌아가면 억지로 당겨서라도 가야지

그랬더니 그대 무엇으로 내 머리를 통.....이쁜 짓이어서? 멋대로여서? 라고 되물으니

멋대로여서.....

봄빛보다 더 뜨거운 여름이어서 내 마음대로 세상을 열고 싶은 거야.

봄이 있는 듯 없는 듯 여름으로 건너가려나...속으로 산가치를 놓아보네

 

 

그대 손 잡은 봄아기의 신이 벗겨져 아이를 안고 신을 신기네

발과 신이 크기가 달라...이런 작은 신을 신겨놓으면 아이가 제대로 걷지를 못하지.

아이 발에 신길 신이 그것밖에 없다네

신을 살펴 신길 방법을 찾아보네

이렇게 저렇게 마술같은 내 손으로 손품담아 아이 발에 신기기는 했는데

꿈에서도 꿰매서 넓히고 이은 자욱이 선명해 마음이 아릿.

 

 

어여쁘고 순한 그대를 보았는데

동네는 너무나 친근하고 등장인물도 우리동네 아줌마들, 할머니들

여기저기에서 봄옷을 팔고 사고 길을 따라오며 장을 흐적이는.

늙은 바람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하구나.

 

 

내 봄인 그대가 그렇게 흔들리구나.

아이 신 신기는 동안 흰둥이는 어디로 갔는지.

그대를 마주하였는데도 봄아지랑이 설렘이 없는 것은

아지랑이로 오름오를 하기도 차운 시앗바람 눈치가 보이는 탓

 

 

내 봄인 작고 여윈, 그러나 이제 흰빛으로 빛나는 그대를 꿈에서 보았네

월력에는 봄문에 섰는데 겨울 한 가운데로 다시 가는 듯하네

누렁이가 흰둥이로 변하여 돌아가려 하는 듯이..

눈빛(雪色)만큼 봄꿈은 눈부시지만 몸을 스치는 바람은 칼끝처럼 날카롭네

 

 

강 가 잔디가 푸르거들랑 강 주름 선을 삼아 네잎크로바 따 음표삼아

가을 노래를 부르자 약속 놓아보자 이르게 왔다가 칼바람에 추춤이는 내 그대여

가을을 당겨놓아 보네 봄 안의 겨울에서 

가을을 당겨 여름을 일으키는 약속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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