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이야기(路說)
청향빛결/곽윤영
끝이 없는 길 있을까?
우로보로스라면 답이 될 테지
영원한 사랑이라는 것이 있을까?
어제와 내일이라는 언어를 삭제하면 되겠지
여기 이 자리의 너를 보면
저기 다시 내가 그립고
그 곳 나를 보면
이 곳 다쉬 너를 배고픔
이 바람이 흔드는 시계추오감에
눈이 속아나누나
말은 아려나누나
글은 돋아나누나
멀어서 가까우려 걸음을 세고
가까와 멀어지려 걸음을 느리게 하는
그러면서 서늘 서늘한 가을로
바람이 동자를 스쳐 눈물이 나네
내 등을 돌려있다 한들
바람이 나를 돌아나가지 않으며
내 귀를 막아있다 해서
심장을 돌아가는 뱃고동소리가
멈추지는 않으리
그저 그렇게 바라보고
그저 이렇게 도란 거리며
바람이 만드는 길을
바람에 풀잎이 눕듯이
같은 별에서 이 별로
은하수 타고 온 그 길을
같은 이 별에서 그 별로
은하수 타고 돌아가자누나.
거기서 너는 글수레 메워 흰소를 몰았고
나는 연두바람잡아 실물레를 돌렸다네
여기선 너는 선홍빛 화륜을 돌리고
나는 푸른 소를 몰아
세월이 눌려 디딜 길 없어진
은하수를 새 길로 풀고 있다네
한수漢水(은하수)
새벽을 타고 이어지는 끝이 없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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