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빛결, 금빛 물노리

눈 멀어도 봄이고

청향고은 2015. 5. 15. 20:37

 

 

눈 멀어도 봄이고

 

 

 

                                    달빛청향/곽인숙

 

 

 

 

 

 

 

강 길 돌아오다

녹물 짙은 바람일렁이면

벚은 나무 꽃옷 입음 보네

 

 

눈 멀어도 봄

귀 닫아도 여름

입 닫아도 가을

발 묶어도 겨울

 

 

먼 봄 건들 다가와

개나리 다섯잎꽃 설레고

연두바람 망울 흔들어 잠 깨네

 

 

눈 열면 봄 지고

두 손 모으면 여름가네

팔 벌려도 가을 들지 않고

걸음해도 겨울 설화피네 

 

 

급히 피운 꽃옷

한 잎씩 떨궈 흙비단 꽃수 놓네

꽃망울 그림자 떨구는 길에

홀로 비둘기 선 걸음이 고요롭네

 

 

눈 멀어도 봄

귀 닫아도 열음

길 막아도 추풍

걸음 멈 춘 푸른 인연은

소리없이 흐르네

.

 

My Funny Valentine - Chet Baker


 

 

 

 

 

20년 이 길에 숨을 남겨.

길이야기 되다.

 

벚나무 길 가 줄 서고 뿌리내림하던 겹겹시간 지나

웃음 꽃 하늘되어

상춘객 몰아 온 세월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나

 

 

사람보다 봄이 좋아 나돌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대로

철없이 핀 채로 질 줄 모르는 인화人花에 심취했다가

더딘 기약 깊은 길만 남은 기억을

길에 묻었던 세월도...

열 손가락 펴게 하나.

 

 

철 따라 피고지는 변덕쟁이 자연꽃으로 눈을 돌린다. 

자연닮은 봄꽃으로 피고 

철없이 사철을 봄봄꽃이 되고 싶은 것인가

사람은 사람으로 아름답고

꽃은 꽃대로 아름다운 것이지

보다 아름답다 함은 무지한 자만심이려니

 

 

벚잎에 스며 사알짝 바람타는 꿈도 꾸고

벚꽃그늘에 서 소식 기다리는 비둘기도 놀래키우고

바람따라 돌다보니 마음 머물겠다 기약할 수 없어라

 

 

물빛에 꽃편지로 떠 가고 싶은 저 가지는

가로놓인 흙 빛을 어떻게 건널까

한들한들 바람에 떨고

 

 

님 기다린 얼굴

볕이 깊어 님도 몰라 지나간다는

사연을 알지만 넉넉한 봄사랑 속을

걸음 게으럼 게으럼 한껏 게으러게

같은 자리를 모은다.

 

 

사람은 옛사람이 세월만큼 오래남고

계절은 첫사랑으로 설레며 더디왔다가

성큼 지나치고..

 

바람 결에 먼저 핀 꽃잎들이

강물 꽃주름으로 낙화하려나

먼저 피어 첫사랑

눈바람되어

 지는 자리 물꽃으로 피는가

 

 

님은 계절 태워 바람으로

강 가에서 나를 만나네.

 

벚꽃 피는 계절에

강물로 온 숨결 만나네

더딘 바람 .

 

봄에 만난 그대도

돌아와 홀로 느린 봄 길을 걷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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