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빛결, 금빛 물노리

가을

청향고은 2012. 11. 11. 18:35

 

 



물꽃나루터

 

물꽃이 활짝 피어올라 물잎이 쌀쌀한 바람에 실려

하늘로 떨어지는 가을거리

나를 사랑하는 너마냥 절도 하하롭게 노란국화.

 

작은 너처럼

고운 너처럼

숨죽여 숨은 사랑을 만들어내는 돌틈사이 꽃처럼



언제까지 같이가는 것일까

언제까지 같이여도 좋을까

이렇게라도 서로 있음을 하루 하루 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매일 매일 감사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의 크기일까

 

너는 나를 보고 너와 나의 내일을 안다고 믿지만

나는 내마음도 내가 믿지를 못하는 것을 너는 아는지.

나를 사랑하는 너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과연 얼마나 너와 같을지 나를 믿지 못하네.

 

같은 곳으로 저리 활짝 웃는꽃잎처럼

너와 나의 마음도 같이 같은 곳으로 열려 활짝 웃지만

언젠가는 바람에 서리에 잎은 마르고 떨어지리. 

 

 










































소리의 운치를 논하는 사람이 말했다. 시냇물 소리, 계곡 물 소리, 대바람 소리, 솔바람 소리,
산새 지저귀는 소리, 그윽한 골짜기에 울려 퍼지는 소리, 파초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꽃잎
지는 소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 이 모든 소리는 천지 사이의 맑은 소리요, 시인의 마음을 움직
이는 것들이다. 그렇기는 해도 참으로 애간장을 녹이는 소리는 마땅히 꽃 파는 소리를 으뜸으로
칠 것이다.

論聲之韻者曰: 溪聲, 澗聲, 竹聲, 松聲, 山禽聲, 幽壑聲, 芭蕉雨聲, 落花聲, 落葉聲, 皆天地之淸
籟, 詩腸之鼓吹也. 然銷魂之聽, 當以賣花聲爲第一. 《小窗自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참으로 미묘한 떨림이 있다. 겨울이 지루하여 빛 바랜 사진처럼 주
눅 들어 틀어박혀 있을 때 창밖에서 들려오는 “꽃 사세요!”하는 소리. 그 소리 한 끝에 아직 남
은 겨울이 애잔하구나. 하여 봄은 또 그렇게 설레임을 안고 달려온다.

봄에는 새 소리를 듣고, 여름엔 매미 소리를 들으며, 가을엔 벌레 소리를 듣고, 겨울엔 눈 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한낮엔 바둑 두는 소리, 달빛 아래선 퉁소 소리를 듣는다. 산중에선 솔바람 소리
를 듣고, 물가에선 사공의 뱃노래 소리를 들으니 바야흐로 이 삶이 헛되지 않을 뿐이다. 못된 젊은
이가 욕을 해대고, 포악한 아내가 악을 써대는 소리만큼은 참으로 귀를 먹음만 같지 못하다.
春聽鳥聲, 夏聽蟬聲, 秋聽蟲聲, 冬聽雪聲, 白晝聽棋聲, 月下聽簫聲, 山中聽松風聲, 水際聽欸乃聲,
方不虛此生耳. 若惡少斥辱, 悍妻詬誶, 眞不若耳聾也. 《幽夢影》

귀가 열려 있으매 만상의 소리들이 기쁘게 들려온다. 내 영혼에 맑은 샘물이 고여드는 것만 같다.
그 안에서 꽃이 피고 새가 운다. 그 안에서 하늘이 열리고 새가 날아간다. 그러나 차라리 귀머거
리가 되었으면 싶은 그런 소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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