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빛결, 금빛 물노리

너와 나는 감잎(感入)의 그물맥을 보는 것일 뿐.

청향고은 2012. 8. 20. 00:32

 

 

 

너와 나는 감잎(感入)의 그물맥을 보는 것일 뿐

 

 

란고청향/곽인숙


 




 

바람이 감이페 부딪혀 물방울이 되는 동안

아침을 데려와 현관 아페 놓은 새소리가 음표가 되는 동안

뇌파의 해마가 반복을 통하여 커지고 꼬리가 길구는 동안

해마 더딘걸음으로 기억세포를 하나 살림하는 동안

음파 우주 결물 당겨 몸통에 담굴 동안

 

 

목마가 허공 울리던 방울소리 사라지고

바람 일지 않는 곳을 먼저 눕거나 일어서는 풀도 시들고

죽음보다 깊은 잠을 그리던 이들은 이름없는 주름잠에 껴들고

해아래는 새것이 읎노라 허망노래 희나리로 세월겹을 싸 흐르고

울릴 종은 없어도 흐르는 바람 미라보 강 아닌 금호강을 적시고

 

 

살이가 매순간 전쟁통이라 즐거운 것 알겠네

우아, 고상, 평화, 사랑, 자비, 배려 얼어 죽을 단어들의 장난에 놀아나던

세월을 지나 몸이 밀어올리는 욕구를 언어로 속이려 한 이들의 눈부신 사기

루시퍼가 타락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오욕칠정을 숨기려 휘감은 언어를 구사하던

그 언어를 받아 감실로 담은 글빛들이 생명의 빛보다 더 검은 줄을 알겠네

글이 읍었다믄 너와 나의 몸짓을 정의 할 그 무엇도 음는 것을

 

 

빛이 보게 하는 힘도 있지만 빛이 강하면 실체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임을

몸 글을 읽으면서 내림한 글들의 유혹의 깊음을 알겠네

책 읽지 마라고 하는 이유도 이제 알겠네

예수가 글적이던 글 한 줄도 스스로 지운 이유를 이제 알겠네


 

한 바퀴 빙 돌아 와 이제 첫 자리 언어를 지운 자리에 서고 보니

순간이 새로움 매일이 생명의 맥놀이

그 맥동을 함께함 외엔 한탄할 것 읎는 모든 것임을 알겠네

 

감잎 등에 물 무늬를 하루가 새기는 동안

새노래가 라일락 꽃향기를 따라 흔들리며 연주되는 동안
돋오르는 맛과 멋을 잡아채려 눈을 부라리며 내 하루라는 텃밭을 살피는 동안

 

걷고 노래하고 춤춤이란 전쟁터를 살아가는 것

뇌파, 음파, 체파를 얻으려면 필연의 싸움터에 들어서야 함인 것

 

홀로 걸음은 외로움을 이해하는 길

홀로 고함은 그리움을 이해하는 길

홀로 춤춤은 기다림을 이해하는 길

 

이 모든 것은 숨이 붙어 있는 모든 이에게 일어나는 기적

단지 알아채지 못하는 것일 뿐

알고 모름은 잎의 앞 뒷면 같은 기적인 것일 뿐

 

너와 나는 감잎(感入)의 그물맥을 보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