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꽃(生華)
란고청향/곽인숙
마음은 대나무와 같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바람 지나는 소리밖에 없으면서
그 스침의 안타까움을
잡을 수 없음을 위로하고 싶어
대단(竹丹)한 죽비를 내립니다
텅빔을 충만하려
고집부리고
미안해 하면서 불평하고
아프면서 화내고
속피멍들면서 싸우고
생트집임을 알면서 할킵니다.
홀로 돌아와 대통속으로 스며
겹겹바람이 만드는 꺼풀을 다 벗겨나리면
빈틈이 더 넓어진 자리로
휘잉 파고드는 겨울 속바람 외엔 없습니다
바람소리 뿐
자존심이라 이름붙인
공허를 대면할 나이가 되면
미안함과 슬픔과 안타가움과 후회만
물푸른 연못의 물이끼처럼 남습니다.
그 하나하나 미끄덩거리는 후회를
용서하려면 많은 두려움과 불안을 지나야합니다
마음이 세상에 나면
자존심이라는 빈틈을 채울 눈물 하나 담을
그릇 가지고 옵니다.
세상, 반평생은
눈물을 흘리지 안으려 참고 살고
눈물이 만드는 진주목걸이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황금마차모래밭을 굴러 한숨만
휘이 불다가 힘든 인생이었다는 말을 남기고
물없는 사막에서 모래알갱이로 스러집니다
남겨진 이에게 자신이 아껴담은 눈물을 남겨주고
찰랑이는 눈물은 사는 동안 영혼임에도
죽음을 보면서 검은 강물로 사용합니다.
정작 살고 싶은 갈망 생명수로
몸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려 하면 마중물이 없어
그저 갈증만 더 깊게 마시다가
갈증으로 스러지는 삶입니다
울고 싶은 때 울면서 사는 것
빛으로 충만한 생명으로 가는 길이랍니다
정말 강한 사람은 눈물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랍니다
당신과 나
눈물속에서 생명이 피는 비밀을 아는 사람입니다
고통으로 흔들리면서 피는 사람꽃이랍니다.
눈물꽃 받침위에 웃음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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