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빛결, 금빛 물노리

봄이 말을 걸다.

청향고은 2015. 5. 12. 17:26

 

봄이 말을 걸다.

 

 

 

봄바람은

세월숫자놀음 무게더하면 더해진 값만큼

絃을 건드립니다.

 

강 길에서 세월등이 굽은 앞온(先生)이에게  

겁도 없이 나물캐는 아가씨라고 웃음담말을 놓았더니

당신도 내 나가 얼마 안된다고 앞니 빈자리로 말을 받아줍니다.

 

세월 저리 허리 휘어도 봄은 굽은 세월도 온유합니다.

새댁같은 나더러 할머니라고 하고 싶다시면서

당신은 봄처네가 좋은..

봄은 탕글탕글한 볕살을

세월장단없이 흩뿌려줘 누구라도 흙에서

오는 따스움 도타운 살입니다.

 

달리는 시간 훠잉희잉 숨가쁜

바람의 뒤달림굿도 고가다리에서 판場을 열고

그저 쌩하니 앞만 가는 거마車들을 따르다 떨어져
아래로 지나는 내 뒤에 꼬리처럼 우웅....성급하게 달려옵니다
다리橋아래서 듣는 웃바람걸음은 서늘히도 성근지 ....

 

시절마다 같은 길 같은 자리에서 봄을 거들지만 
봄인사 건네던 낮익은 얼굴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지난 겨울 이곳에서 저곳으로 자리 바꿈한 것인가...

 

동글품 파들며 백일도 더 되는 날들을
짧은 숨으로 지나 자락 끝없이

펴 논 봄따라 시간을 잊고 있습니다.
강엔 오리동동 바람과 물결 장난하고
햇살도 같이 흔들 건들

은빛노래 물빛으로 반짝(侶)삼습니다.

 

등 뒤로 가득 업혀들고

품 안 자리없이 파드는 봄어리광에

행복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행복을 삼겠습니까

 

흙 밟으면 다정한 행복, 

흙 만지면 따사로온 가차움.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 냉이를 키우고 새鳥 이야기 바쁜 강가에서

봄처네 손끝을 따라 먼지가 되어 툭툭 털려지는 날이 옴을

흙의 정겨움 봄 속깊로 발배움니다.

 

온 날보다 갈 날에는 
걸어온 흙길보다 더 많은 흙을 디딤하고 싶습니다
봄 돌아가는 곳이 하늘아니라 흙
가을 돌아오는 것이 또한 흙입니다

 숨은 마음 흙으로 불러내는 봄은 왕往인가 합니다.
왕의 뜻을 손끝에 담은 이 흙의 손내밈을 잡을 줄 압니다.
봄 손 잡아 흙의 가득한 마음 안으며.
따라 올 계절을 기룰 힘 받음이라 생각합니다.

 

시는 봄돋움 새싹이고,

글은 봄처녀 나물 캔 흔적입니다.

흙은 봄시와 발글로 시끌시끌舞舞

 흑이 만든 세상은 먹시글詩書 손시글施畵

 

봄 춤 흙바람에서 돋고 접고

낮은 산길 오름하려던 새

걸음 멈춰 떨군 시 한수 물자락에
뱅그라니 맴도는 강길에서의 하루가
그저 따숩고 따스와 마냥 평안합니다

 

 




 

                                                               달빛청향 /곽인숙